콘돔사업 대탐구

네들이 피임을 알아?…콘돔, 어디까지 진화했나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우리나라가 가장 실존적·도덕적 비극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낙태율 1위를 기록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바이엘헬스케어가 2012년 국내 성인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과반수가 넘는 51%가 질외사정하거나 피임하지 않았다. 이는 낙태율로 이어져 연간 낙태 건수는 30만여 건으로 추산되고 있다. 청소년 대상 성교육이 부족하고 피임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얻지 못하는 게 주된 이유지만 왜곡된 성의식과 성을 금기시하는 사회분위기 탓도 있다. 자연스레 올바른 콘돔 사용을 주장하는 콘돔 업체들의 목소리가 지지를 얻고 있는 가운데 독특한 마케팅 전략을 통해 콘돔에 대한 인식이 변해가고 있는 추세다.

 

두산家 박서원 대표가 출시한 ‘바른생각’ 유명세

신동엽 콘돔모델 등장…유니더스, ‘울트라신’ 인기

 

유통기한 제조일로부터 3년…피임률은 대략 86%

딸기향부터 ‘비아그라 콘돔’까지 ‘불티’나게 팔려

 

칼러 콘돔 홍보 이미지

칼러 콘돔 홍보 이미지

 

‘콘돔’이 과감해지고 있다. 콘돔은 사용이 편리하고 휴대가 간편해 가장 대표적인 피임법으로 꼽힌다. 콘돔은 성행위 시 피임을 위해 남성의 성기에 씌우는, 고무로 만든 도구를 뜻한다. 값이 저렴하고 사용법이 간단하며, 성병 예방에 도움을 주는 반면 삽입 전에 착용해야 하는 번거로움과, 피임에 실패할 가능성이 있다. 실제 콘돔의 피임률은 대략 86% 정도로 알려져 있다.

 

보통 콘돔의 유통기한은 제조일로부터 3년까지다. 그 기간이 지나면 라텍스가 파손될 위험이 있어, 콘돔을 끼워도 원치 않는 임신이 될 수 있다. 콘돔의 종류는 크게 다섯 가지로 분류된다. △초박형은 보통 0.03㎜ 이하의 두께로 만들어진 콤돔으로 일반 콘돔보다 얇아 감촉이 좋다. △사정 지연형은 마취 성분이 들어 있어 사정 기간을 좀 더 늦춰준다. 의외로 국산이 유명하다. △향기형은 콘돔 특유의 화학 약품 냄새를 중화하는 향을 첨가한 제품이다. △돌기형은 좁쌀보다도 작은 돌기부터 크고 훌륭한 돌기까지 다양하다. △윤활액형은 원활한 행위을 위한 윤활액이 듬뿍 담긴 제품이다.

 

과거엔 콘돔 구매를 부끄럽게 여겼고 성관계 시 성감이 덜하다는 인식 때문에 기피하는 경향이 있었다. 하지만 기술이 발달하면서 재질, 두께, 크기, 모양, 색, 향 등 다양한 취향을 고려한 콘돔이 나오고 있다. 아울러 미디어에서 성(性)이라는 주제를 다루기 시작했고 콘돔 업체들이 독특한 마케팅 전략을 펼치면서 콘돔에 대한 인식이 변해가고 있는 추세다.

 

국내에서 콘돔에 대한 거부감을 줄인 대표적인 브랜드는 ‘바른생각’이다. 올바른 성문화와 콘돔의 필요성에 대해 알리기 위해 두산그룹 박용만 회장의 장남이자 광고제작회사 빅앤트 인터내셔널 CEO인 박서원 대표가 만들어 유명세를 탔다. 콘돔은 부끄러운 제품이 아닌, 떳떳이 사용해야 하는 ‘바른 제품’이라는 생각과 함께 남녀 모두를 보호하는 장치인 콘돔에 대한 인식을 바꾸겠다는 게 박 대표의 의지다. 구매 순간의 창피함을 없애기 위해 콘돔답지 않게 담백하게 디자인한 것도 특징이다. 이 브랜드는 콘돔 판매 수익금으로 이해하기 쉬운 성교육 콘텐츠를 제작하는 등 공익적인 활동에도 힘을 쏟고 있다.

 

SNS를 통해 입소문을 탄 업체도 있다. 바로 ‘듀렉스 코리아’다. 이 콘돔 업체는 지난해 걸그룹 소녀시대 멤버 태연과 그룹 엑소 멤버 백현의 열애설이 터지자 “듀렉스도 응원할게요”라는 글을 올렸다 팬들에게 뭇매를 맞은 바 있다. 올 7월에는 가수 김현중과 그의 전 여자친구 최씨 사이의 문자 내용이 공개되며 파장이 일었다. 임신에 관한 내용이었는데 여기에 ‘임신쟁이’, ‘임신기계’ 등의 표현이 담겨 있었던 것.

 

이 때 듀렉스는 “임신쟁이, 임신기계… 뭐라 할 말이 없습니다”라며 “여러분 꼭 피임하세요”라는 메시지 남겨 이목을 끌었다. 국내 콘돔 시장에서 점유율 70%를 차지하고 있는 유니더스는 최근 ‘울트라신’이라는 제품을 출시하고 MC 겸 개그맨인 신동엽을 모델로 발탁했다. 평소 성에 대한 얘기를 솔직하게 풀어낸다는 평가를 받아온 그를 내세워 소비자들에게 콘돔에 대한 부정적인 느낌은 줄이고 친근감은 높이겠다는 취지다.

 

이번 신제품에서는 신동엽과의 콜레보레이션이 가장 눈길을 모은다. 마녀사냥, SNL 코리아 등의 방송을 통해 섹시한 이미지를 덧입은 신동엽 캐릭터를 통해 콘돔에 대한 소비자들의 친근감을 높이고 부정적인 느낌을 줄였다고. 특히 제임스 본드를 연상시키는 턱시도와 나비 넥타이 차림의 신동엽은 특유의 유머러스함이 녹아 있는 카피, ‘매너가 사람을 안 만든다’를 통해 콘돔의 필요성을 애교스럽게 강조했다.

 

휴대에 간편하도록 케이스당 3개씩 포장되어 있으며, 초박형 제품은 향기가 없는 제품, 혹은 딸기향과 바나나향 중에서 선택이 가능하고, ‘비아그라 콘돔’이라는 애칭으로 불리우는 롱러브 콘돔은 특수형으로 업그레이드된 제품이 있다. 세 제품 모두 관계시 통증을 없애주고 쾌감을 높여주기 위해 매끄러운 윤활제가 풍부하게 들어있는, ‘물 좋은’ 콘돔이다.

 

신동엽은 “자녀가 생기면서부터 한국의 낙태율이 OECD 국가 중 1위라는 사실에 대해 굉장히 놀라고 부끄러웠다”며 “여자는 자신을 보호해주고 지켜주는 남자를 사랑하게 마련이다. 매너가 사람을 안 만들지만, 매너가 사랑을 만든다는 사실을 아는 남자야말로 진정한 젠틀맨이다”고 덧붙였다. 한편, 업계에 따르면 콘돔시장은 2011년 40억 원대에서 지난해 70억원으로 57% 성장했다.

 

커져가고 있는 성장세에 일반적인 콘돔이 아닌 다양한 콘돔들도 눈길을 끌고 있다. 바나나, 딸기, 초코, 재스민향 등 취향에 따라 좋아하는 향을 선택할 수 있다. 어두운 곳에 가면 빛이 나는 야광콘돔, 크기를 가늠할 수 있는 눈금자가 그려진 콘돔, 제품 주문자의 얼굴을 새겨주는 ‘내 얼굴 콘돔’, 손가락 콘돔 등도 있다. 말 그대로 골라 밀착시키는(?) 재미다.

 

성감이 떨어지는 단점 때문에 콘돔을 기피하는 사람들을 위한 제품들도 있다. 일반적인 콘돔의 두께는 0.05㎜~0.08㎜이지만 0.03㎜인 초박형 콘돔, 이보다 얇은 0.02㎜ 이하인 극초박형도 있다. 표면에 나선형의 굴곡이 들어간 나선형 콘돔은 착용시 편안한 밀착감과 탈락방지 효과가 크다. 이같은 콘돔들은 사용할 때는 일반 콘돔보다 더 조심해야 한다.

 

민종욱 한국라텍스공업 과장은 “초박형은 안전성 테스트 기준을 통과한 수치지만 그래도 일반형보다는 얇기 때문에 찢어질 위험이 더 높다”고 조언한다. 한 비뇨기과 전문의는 “종류와 상관없이 콘돔 파손이나 벗겨지는 이유는 대부분 사용자 과실”이라며 “새 콘돔의 단점을 모르고 그냥 사용하게 되면 오히려 역효과가 날 수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한편, 대표적인 성인 소모품인 콘돔이 중국에서 불티나게 팔리고 있다. 중국인들의 소득과 교육이 높아지면서 관련 시장도 급격하게 커지고 있어 국내 업체라면 군침을 흘릴 만하다. 도시화의 진전으로 중국인들의 소득, 교육, 여가시간이 크게 늘어나면서 콘돔 사용량이 증가하고 있다. 중국의 한 통계자료에 의하면 지난해 기준 연간 콘돔 생산량은 71억 개였으며 지난 10년간만 놓고 보면 12억 개에서 47억 개로 급증했다.

 

중국의 콘돔 생산 및 판매는 전 세계 4위로 시장 성장률은 매년 15%에 달하며 잠재성은 100억 위안이 넘는다. 콘돔의 성장요인은 먼저 젊은이들의 개방화된 성 의식을 들 수 있다. 중국 한 성인용품 판매업체 대표는 “대학생과 젊은 부부, 노인을 중심으로 콘돔 사용이 급증하면서 수요가 크게 증가했다”고 밝혔다. 에이즈 퇴치를 위한 중국 정부의 노력도 빼놓을 수 없다.

 

2012년 중국 국가위생계획생육위원회에 따르면 첫 에이즈 감염을 확인한 1985년 이래 감염 또는 발병으로 진단받은 사람이 49만7000명이며 지금까지 에이즈로 인한 사망자는 지난 30년간 15만4000명에 달한다. 이에 따라 중국 정부는 성병 예방과 확산 방지를 위해 콘돔 사용을 권장하면서 지역마다 무료로 배포하고 있다. 중국 계림라텍스 공장에서 생산되는 콘돔의 30%는 정부에 무료 배포용으로 납품되며 2012년 중국 정부가 구입한 물량은 13억5000만 개였다.

 

중국 국무원 역시 2006년 3월부터 에이즈 예방 치료조례를 시행하면서 콘돔을 구비하지 않은 여관 등 유흥업소에 벌금을 부과하기 시작했다. 중국 의료기기 시장의 성장도 콘돔 시장 성장에 한몫하고 있다. 콘돔은 콘택트렌즈, 바늘, 침 등과 함께 의료기기 중 의료용 소모품으로 분류되고 있다. 2013년 중국은 14개 국가로부터 약 1억3000만 달러어치의 콘돔을 수입했는데 이 수치는 전년 대비 약 3배 늘어난 것. 14개의 콘돔 수출국 중 말레이시아가 8600만 달러로 1위였고 태국, 인도, 일본이 뒤를 이었다. 한국 역시 중국 콘돔 수출국 5위에 오르며 최근 3년간 상위권을 고수했다.

 

‘콘돔업계시장분석보고’에 따르면 영국의 유명 콘돔 브랜드인 ‘듀렉스’와 일본의 ‘오카모토’가 시장 점유율 1, 2위다. 해외 브랜드가 절반 이상의 시장을 점유하고 있다. 이에 따라 국내 콘돔제조업체도 중국 시장 진출에 눈독을 들이고 있다. 다만 진출방안이 변수다. 일각에서는 일단 온라인 마케팅의 핵심인 메신저나 SNS를 공략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중국의 온라인 메신저 이용자는 2013년 기준 5억3000만 명이며 SNS 이용자는 4억3000만 명인데 이들은 여론 형성부터 정보의 확대 재생산까지 중국 사회에 지대한 영향을 끼치고 있다.

 

다국적 콘돔 메이커인 듀렉스의 경우 2011년 베이징의 폭우로 중국 전역이 떠들썩했을 때 자사의 웨이보에 콘돔을 운동화에 씌워 방수 신발을 만드는 방법을 소개해 비상한 관심을 모았다. 성적인 코드가 들어간 제품을 유머러스하게 홍보해 단 2개의 콘돔으로 웨이보 검색순위 1등과 코멘트 7000개 등 엄청난 광고효과를 거뒀다. 자칫 기피될 수 있는 성적 요소를 차별화된 마케팅으로 풀어나가는 전략이 필요하다는 것.

 

시판중인 콘돔의 종류

시판중인 콘돔의 종류

 

중국 의료기기 시장의 성장 가능성을 높게 보고 한-중 자유무역협정(FTA)을 잘 활용하는 것도 중요하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은 최근 ‘대 중국 의료기기 수출입 동향 및 전망’에서 중국 의료기기 시장이 오는 2018년에는 404억 달러까지 커질 것으로 내다봤다. 실제 중국 시장의 성장에 따라 우리나라 의료기기 수출도 점점 증가해 작년에는 4500만 달러의 무역흑자를 내기도 했다.

 

중국 시장 진출

 

보건산업진흥원은 보고서에서 수출비중이 크고 성장률이 높은 15개 품목을 선정했는데 여기에 콘돔이 포함돼 있다. 한-중 FTA 타결로 중국과의 교역이 더욱 활발해질 것으로 기대되는 가운데 중국 의료기기 시장의 성장은 국내 업체에 수출 호기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